Skeuomorphism에 관한 논쟁, Apple과 Microsoft의 디자인 방향

Fast company의 한 칼럼을 읽고, 최근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계(?)에 Skeuomorphism에 관한 논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논쟁이겠지만)

발음도, 스펠도 어려운 Skeuomorphism은 간단히 (그리고 다소 부정확하게) 말하자면 ‘원래 물품의 장식적 특성을 현재 물품에 적용하는 것(설령 예전 그 특성이 지금 물품에는 필요하지 않더라도)’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음악을 재생해주는 컴퓨터의 어플리케이션이 실제 오디오와 비슷한 모양을 가지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GUI 디자인은 Apple과 Mac OS에 의해 대중화되면서부터 Skeuomorphism의 성격을 내재하고 있었다. Mac OS의 구성 자체가 ‘책상 위 Desktop’의 은유를 사용했기 때문. 바탕화면은 ‘책상’이고 각각의 어플리케이션을 가리키는 아이콘은 책상위에 놓여진 물건들인 것이다. (실제로 애플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어플리케이션 아이콘을 그릴 때,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 그 위에 놓여진 물건을 보는 시점’으로 물체를 표현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최근 Skeuomorphism에 대한 논쟁이 타오르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Apple이 Skeuomorphism을 (극단적이라 할 만큼) 강화하고 있다는 점, 또 하나는 Microsoft가 이러한 방향을 정면으로 까면서 정반대의 디자인 원칙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Mac OS X과 iOS의 최신 버전에 담긴 Apple의 기본 어플리케이션의 GUI디자인을 보면, 강화된 Skeuomorphism이 무엇인지 볼 수 있다.

iCal에는 ‘가죽과 바느질’이 들어갔고, iBooks에는 나무재질이 들어갔고, 책의 종이질감이 살아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실제로는 빠져도 쓰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것들이다. 이런 경향의 최전선으로 지목되는 것은 iOS 6에 추가된 Passbook App의 애니메이션이다.

Skeuomorphism의 장점은 명백하다. 바로 ‘친숙함’이다. 실제 물건의 메타포를 그대로 도입함으로써 디지털을 다루는 스크린 안에서도 낯섦을 느끼지 않게 하고, 빠르게 적응시키는 것. 거기에 더해서 호기심, 신기함과 같은 ‘감성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감성적’이라는 표현은 너무 약파는 느낌이 강하지만…)

반면, Skeuomorphism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장식적’ 요소가 불필요하며 괜한 혼동만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이런 화려한 표현들이 Visual Masturbation에 불과하다는 과격한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Apple이 ‘실제 물건’의 메타포를 가지고 디자인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제 문화가 바뀌어 그 ‘실제 물건’을 실제로 보지 못한 사용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찍부터 ‘픽셀과 디지털’에 둘러싸여 이런 것들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에게는 오히려 ‘가죽으로 장식된 캘린더’나 ‘책 형태의 전화번호부’가 더 낯설다는 것.

이러한 논리로, Microsoft는 ‘픽셀은 픽셀일 뿐’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디자인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결과가 Metro UI (이제는 이 명칭을 쓰지 않게 됨)이고, Windows 8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전 물품의 장식적 요소’가 없이도 낯섦을 느끼지 않을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만든 GUI 디자인인 것이다. 이는 OS뿐만 아니라 MS의 모든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장식’이 아닌, Typography와 Motion, Color로 모든 것을 표현하겠다는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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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대략의 상황 정리. 이제부터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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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방향 중 어떤 것이 맞다는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 다만, 한 걸음 떨어져서 싸움구경을 하는 재미는 쏠쏠하며, Apple의 디자인만이 추앙받는 현실에서 뭔가 ‘대안’이 등장했다는게 반가울 뿐이다. MS가 Apple 따라잡기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논리를 세웠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며, 실제로 그 논리가 상당히 일리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Apple의 iCal의 디자인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가죽과 스티치 장식이 iCal의 컨텐츠와 그다지 유기적으로 붙어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죽으로 장식된 캘린더와 마우스 드래그 인터랙션이 무슨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iPad의 책 인터페이스는 ‘책’의 메타포와 책을 넘기는 인터랙션이 그나마 일관성을 가지고 있지만 iCal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Swipe를 통해 장을 넘기는 것도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캘린더’의 장점 자체가 기존 종이 캘린더와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이고, 실제로도 종이 캘린더를 버린지 꽤 된 시점에서 이러한 표현은 더더욱 의미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Apple의 GUI 디자인이 극도로 걱정스러워지는 부분은 바로 Game Center 디자인이다. 장식이 과한 것도 문제지만, 그 과한 장식이 ‘아름답지도 않다’. 이 애플답지 않은 조잡함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이에 더하여, 개인적으로 passbook의 shredding animation도 ‘과하다’는 생각.

MS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은 일단 보기에는 상당히 좋아보인다.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논리를 바탕으로 재탄생시킨, 미니멀의 극치이자 ‘약’팔때 진짜 많이 쓰이는 그 표현 - ‘컨텐츠 중심’의 디자인이 실현된 모습이다. 아직 써보지 않아서 이게 진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것이 제대로 동작할 것인가…"

이쯤에서 ‘비주얼 디자인’ 관점을 벗어나 한발 뒤로 물러서본다.

논리적으로는 MS의 디자인이 납득이 간다고 해도, 어디 실제 세상이 그리 논리적으로 돌아가던가? 소프트웨어, OS,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절대 ‘비주얼 디자인’뿐이 아니며, 실제로 생각보다 훨씬 ‘적은’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에, 이 논쟁 자체가 제품의 ‘성공’과는 큰 연관이 없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비해 ‘비주얼 디자인’의 위상이 높아졌을 뿐, 아직 Major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MS가 새로운 디자인 원칙을 세우면서 직면하게될 문제는 명백하다. 바로 ‘변화의 리스크’.
윈도우의 현 디자인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국가에서 거의 전 연령을 포괄하는 사람들이 써온 것이며, 이를 완전히 뒤바꾸는건 사실 미친 짓이다. 그 사람들에게 Skeuomorphism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쩌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영원히 새로운 윈도우가 등장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버전의 윈도우를 사는데 드는 비용, 바뀐 인터페이스를 학습하는 것 모두가 고통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해야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회사의 성장’이지 ‘사용자들의 간절한 바람’이 아니라는게 이 상황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다.

디자인 논쟁에서 한 발 물러나보면, 이 게임의 승자를 판단하는데 있어 Skeuomorphism이 얼마나 소소한 것인지 느껴진다. 좀 과한 표현, 못생긴 게임 센터 때문에 iOS를 안 쓸수는 없다. MS의 WP7의 인터페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WP7이 실패한 이유는 결코 ‘Metro UI’의 디자인 언어가 전문가나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과 ‘최고의 디바이스’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다. 반면, 애플의 디자인은 논쟁에 휩싸일 수 있어도, 애플이 가진 생태계의 파워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Apple은 앞으로도 이런 방향을 계속 견지할지, 그것이 애플 제품에 진짜 악영향을 줄지. 그리고 MS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MS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지, 아니면 몰락을 가속할지 궁금하다. ‘비주얼 디자인’이 사업의 성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남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