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Wunderlist-

나는 개인적으로 Wunderlist 팬이다.

난 Evernote도 쓰고 Google Calendar도 쓰지만, Wunderlist는 엄청 단순한 주제에 내 인식 속에서 그 나름의 카테고리를 확실하게 장악했다. Evernote는 최고의 Note app이지만, ‘당장 내가 해야할 일’을 알려주는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그만큼 ‘기민한’ 느낌도 아니고,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크고 무겁고 복잡한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 기능이, 구조가, UI가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문제는 너무 ‘거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Google Calendar는 ‘날짜’를 세팅하긴 참 좋지만, 대부분의 Task들은 ‘특정 시간’을 정확하게 정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당장 할 일’을 표시하는데는 여전히 부족했다. 오늘 업무시간 중에 언제든 저 파티션 너머 동료에게 빌린 돈을 값아야 하는 Task가 있는데, 이걸 대체 어느 시간에 둔단 말인가.

바로 이 지점, ‘오늘, 당장 할 일이 뭐냐’라는 질문에 가장 심플한 모습으로 답해주는 서비스가 바로 Wunderlist였다. GTD시스템으로 말하자면 ‘Next Action’을 담당해줄 도구인 셈이다. (Evernote는 당연히 Someday Maybe나 Reference의 역할이고, Google Calendar는 Due to 역할이다)

Wunderlist는 정말 훌륭하다. 무료이면서, 디자인도 괜찮고 (안드로이드 앱들의 평균적인 외모를 고려해봤을 때, 안드로이드에서 매우 빛나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아주 다양한 디바이스를 지원하며 이들간에 싱크를 빠르게 수행하고 Web App 퀄리티가 높아서 별도로 앱을 깔지 않아도 어디서든 쉽게 쓸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지난주를 기점으로, 더 이상 Wunderlist를 쓰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한달 전부터 싱크가 너무너무 느리거나 안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곧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한달이 지나자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닥쳐왔다. 이런 상황 때문에 업무에 상당한 방해가 되자, 나는 틈틈이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Google Calender의 Task기능을 택했다.
그리고 모바일 앱으로 Gtask를 택했다.

싱크하나는 엄청나게 빠르고, 캘린더랑도 붙어있어서 Due to와 Next Action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게 상당한 장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쉬운 게 너무나 많다. ‘오늘 할 일’을 한 화면에서 다 볼 수 있었던 Wunderlist와는 다르게, Google Calender Task는 한번에 하나의 리스트밖에 보지 못한다. @work와 @home, 두 개의 리스트를 운영하는 나에게는 이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그리고 태스크 창의 UI 자체가 너무 많은 클릭을 필요로 하는데다가 메뉴마다 시각적으로 뭔가 잘 구분이 안되서 손에 잘 익지 않는 문제가 있다. Task창 하단에 뭉쳐있는 버튼들에서 나오는 문제다. 왜 소팅기준변경하고 완료한 Task 삭제가 한 드롭다운 메뉴안에 같이 들어가있는건가. 리스트 안에서 뭘 선택할라치면 자꾸 뭔가 원치도 않게 새로운 Task가 생성되는것도 짜증나고… 소팅 기준 자체도 그래… ‘날짜’ 순서대로 Task를 정렬하면 동일 날짜 안에서 Task 순서를 바꿀 수 없다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이게 제일 짜증남)

하지만, 결국 나는 잘 적응해서 쓰고 있다.

Wunderlist는 이렇게 멋지고, Google Calender Task는 이렇게 구린데도 결국 Task를 택하게 된건 결국 속도탓이다.

구캘 태스크의 UI가 아무리 짜증난다 한들, 야근 후 퇴근하려 컴퓨터를 끄기 직전, 싱크에 끊임없이 실패하는 Wunderlist의 짜증보다 더 나쁠 수는 없는 것이다. 감동을 주는 쩌는 디테일의 디자인이나 인터랙션들이 모여서 쩌는 UX를 이룬다는 말은 많지만, 역시 언제나 UX의 기본은 ‘속도’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일수도 있겠다) SNS같은 경우는 ‘네트워크’가 ‘느린 속도’를 커버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내가 모바일로 굳이 페이스북을 할리가 없어…) 하지만 Wunderlist같이 ‘나 혼자, 나를 위해 쓰는 것’의 경우에는 속도가 진짜 중요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