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혁신은 언제 올까?
‘아이폰 5에 혁신은 없었다’며 사람들이 실망하고, 역시 잡스가 없어서 애플은 끝났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도는 한편, ‘매 아이폰마다 혁신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이런 그림도 등장한지 이제 일주일쯤 지난 것 같다.
슬슬 아이폰 5 실물을 받고 리뷰도 나오기 시작하는데, 분위기를 슥 보고 내가 나름 내린 결론은 ‘역시 애플은 죽지 않았어’이다. 아이폰 5에 대한 리뷰는 찬사 일색이다. ‘바꾸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최고의 스마트폰이다’, ‘완벽한 마무리 빈틈없는 디자인이다’…
역시. ‘완벽에 가까운 디테일’은 애플이라는 회사 깊숙히 스며있는 문화이고, CEO 한 명이 없어졌다고 1년만에 없어질만한 것이 아닐테지.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일지언정)
물론, 아이폰5에는 사람들이 기다렸던 ‘혁신’이 없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아이폰에는 ‘그 사람들이 기다리는 혁신’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라는 말을 굳이 붙이는 이유는, 서로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혁신’의 정의가 다른 상태임을 명확히 하고 싶어서이다.
각자가 품고있는 서로 다른 크기의 ‘혁신’. 이를 설명하기 위해 노만 아저씨와 Verganti라는 아저씨가 2012년에 논문을 하나 발표했다. INCREMENTAL AND RADICAL INNOVATION: DESIGN RESEARCH VERSUS TECHNOLOGY AND MEANING CHANGE 내용이 꽤 길지만 초간단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혁신’에는 두 종류가 있고 하나는 ‘점진적인 혁신’이요 또 하나는 ‘급진적인 혁신’이다.
- 디자인 리서치(UCD방법론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점진적인 혁신’을 가져온다.
- ‘급진적인 혁신’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 또는 ‘기존 사업 영역의 의미 변화’를 통해서만 온다. (즉 리서치를 통해서 디테일을 강화하면서 나오는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위에서 말한 ‘그 사람들’이 기다리던 혁신은 ‘급진적인 혁신’이라 할 수 있을 것 같고, 아이폰5가 보여준 것은 ‘점진적인 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아이폰5에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점진적인 혁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작 과정을 보면, 이건 진짜 장인정신의 승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급진적인 혁신은, 사실 아이폰의 진화 안에서 이루어진적이 없다고 본다. 애플의 혁신은 ‘제품’안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는데서 일어났다. 제품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에는 있지도 않았던 (혹은 있었지만 무의미한 크기였던) 제품군을 ‘유의미한 크기로 키워내는 것’이랄까. (이걸 다시 일반화 시켜보면, ‘급진적인 혁신’은 ‘기존 제품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에 없던 제품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잡스의 전기 목차를 보면, 애플이 만들어낸 ‘혁신’의 순간들을 볼 수 있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기간은 잡스가 애플로 컴백한 이후부터라고 본다)
- iMac
- Apple Store
- iPod
- iTunes Store
- iPhone
- App Store
- iPad
- ?
각각의 제품이나 판매 방식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기술적으로는 똑같은 것이 있었을지 몰라도, 제대로 ‘의미’를 만들어내었다는 점을 포함하면 모두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튠즈 스토어 이전에도 전자음원을 파는 곳은 있었지만, 저작권 문제를 깨끗이 해결하고 단말까지 완벽하게 통합한 건 애플이 처음이었다.
그럼, 우리가 목빠지게 기다리는 ‘다음 혁신’은 언제 올까?
‘다음 혁신’은 위에 써있는 항목 속에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혁신’은 ‘다음 아이패드’에 있지 않고, ‘아이패드 다음’에 있을 것이다. 과연, 저 물음표의 자리에 무엇이 들어갈지.
상상해보자. 그걸 촉발시킬 기술은 무엇일까? 음성인식? 지도? 검색? 새로운 형태의 제스쳐? 새로운 의미의 TV?새로운 의미의 자동차?
(그걸 알면. 음… 내가 여기 있지 않겠지…)
PS : 요런 관점에서 보면,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은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디테일’을 잘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과연 저 물음표를 올바르게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