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다, 야후

최근 야후가 보여주는 행보가 참 ‘화려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미래가 무척이나 암울한 회사였는데 말이다.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건지, 야후와 관련된 주요 뉴스들을 정리해봤다.

  • 2012.05 뉴스 스탠드 종료
  • 2012.06 마리사 메이어 CEO 취임
  • 2012.10 야후 웹사이트 개편
  • 2012.12 야후 메일 개편
  • 2013.03 Summly 인수 (30m $)
  • 2013.05 Tumblr 인수 (1.1b $), Flickr 개편

2012년 5월, 뉴스 스탠드를 종료하던 야후는 ‘정말로 우울’해보였다. 야심차게 준비한 태블릿용 서비스 뉴스 스탠드는 출시 예정일을 훨씬 넘겨서야 등장했고, 6개월만에 사라졌다. (당시 태블릿용 뉴스 서비스에 올인했다가 이 길을 간 곳이 꽤 있었다) 야후는 모바일 시장에 적응 못해서 밀려난 불쌍한 2인자 정도의 이미지였던 것. (그나마 최후의 시도도 실패한)

그리고 마리사 메이어가 CEO로 취임했고, 꽤 괜찮은 행보를 이어나갔다. 야후 웹사이트 개편, 메일 개편은 완성도가 높았고 꽤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처음 한일이 데스크탑 웹사이트 개편과 메일 개편이었다는 것은 이제와 생각해보면 꽤 의미가 크다. 당시 누구나 Mobile First를 외치고 있었는데 (실제로 마리사 메이어도 그렇게 천명을 했다), 마리사 메이어는 그러한 (허황된) 슬로건에 휩쓸리기 보다는 ‘지금 당장’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고, 실제로 야후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 부터 챙겼기 때문이다.

요 때 까지는 그냥, ‘아 야후도 뭘 하긴 하는구나. 나쁘지 않게 하네’ 정도였다. 모바일 시대에 데스크탑 웹서비스를 개편 소식이 ‘뜨거울리’ 없었으니까.

야후가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최근 3개월 정도의 행보이다. 야후가 갑자기 뉴스의 중심에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Summly 인수, Tumblr 인수, Flickr 개편. 이 세 개의 카드로.

야후에 대한 세간의 이야기는 아래와 같은 주제로 모인다.

  • 거금을 주고 인수한 회사들이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 인수 후, 기존 사용자들이 반발하고 이탈하고 있다던데?
  • 플리커의 바뀐 UI는 괜찮은가?

저 질문들에 대해서는 일단, ‘나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저러한 것들을 예측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놀라운 것은 야후의 PR능력이다. 인수 가격이 적정했는지, 플리커의 새 UI는 얼마나 편리한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사람들이 야후에 대해서 열심히 떠들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초에는 그저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회사’였는데.

관련 뉴스를 추적해보고, 또 그들의 웹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이런 흐름이 그저 ‘돈을 많이 써서’라든가 ‘그냥 뭘 많이 해서’는 결코 아니다. 지금 야후는 ‘메시지를 던지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먼저 ‘인수’에 관해서 생각해보자.

Summly 인수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야후가 뉴스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 모바일에서 보여줄 액션에 대한 기대? 이 인수가 즉각적으로 야후에게 가져다 준 가장 큰 영향은 바로 ‘화제’다. Summly가 뭔지가 알게 무엇인가… 사실 실제로 써본 사람도 거의 없고, 뭐에 쓰는 건지도 업계 종사자 아니면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을 것이다. 중요한건 ‘어린 청년이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아주아주 강렬한 스토리다. 이 얼마나 회자되기 좋은 이야기거리인가! 그리고 거기엔 ‘야후’라는 이름이 껴있다. 야후가 뉴스 헤드라인에 뜨고 사람들이 야후라는 이름을 오랜만에 보고 또 이야기한다.

Tumblr 인수가 주는 메시지도 몹시 강렬하다. ‘최근 10년간 인수 중 가장 비싼 인수’. 이 단순한 사실 때문에, Tumblr에 대해 ‘전혀’ 모를 국내 방송에도 ‘이런 일이 있었네요~’하면서 소개될 정도로 전 세계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또 사람들이 야후라는 이름을 보고 생각하고 말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느꼈을 것이다. ‘야후가 그렇게 큰 회사였다니…’

야후가 Summly를 인수하고 Tumblr를 인수하는 그 시간 동안에, 경쟁사가 인수한 것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 있는가? 아마 마지막 기억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1조나 주고 산 일일 것이다. Summly 인수 후, 구글은 Wavii를 인수했다. 그것도 같은 가격에… (3000만 달러) 하지만 아무도 이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무려 구글이, 야후에게 이슈의 주도권을 빼앗긴 셈이다.

다음으로 ‘개편’에 관해서 생각해보자.

Flickr 개편 발표는 무척이나 영악한 구석이 있다. Flickr 개편 발표를 Google+ 개편 발표와 비교해보면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둘 다 5월에 발표된 내용이다)

Google+ 개편은 Google I/O 2013에서 공개되었다. 꽤 큰 변화와 놀라운 Feature들이 추가되었는데, 대략 아래와 같다.

  • Feed영역 디자인 개편 - 화면 폭에 따라 최대 3단까지, (요즘 구글이 밀고 있는)  카드 형태의 디자인 적용
  • 일반 크기 사진 (2048x2048이하) 무제한 업로드
  • 고해상도 사진 15GB 무료 업로드
  • 사진 자동 분류 기능 기능 지원
  • 사진 자동 보정 기능 기능 지원
  • Auto Awesome 기능 지원
  • Related Hashtag 지원
  • Hangout 강화

발표를 봐도 참으로 놀랍다. 구글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오늘 Flickr의 개편 발표를 본 후, 사람들이 열심히 논쟁하는 이야기는 딱 하나다.

  • Flickr - 1테라바이트 무료!

야후는 새 플리커를 소개하는데 있어서 저 하나의 메시지에 온 힘을 집중했다. 그러한 자세는 그들의 소개 페이지에 그대로 반영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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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veryone gets a free terabyte.

이 얼마나 심플하고 충격적인 메시지인가… 게다가 아래, 3개의 하위 메시지를 보라. ‘맞아요 테라바이트 맞다니까요. 최대 해상도로 공유하시고. 모바일앱도 잘 지원합니다’.

이 페이지가 충격적인 이유는, 그토록 대대적인 UI개편을 하고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전 힘을 빡 준 새 포토스트림 UI에 대해 무척이나 말하고 싶었겠지만, 메시지를 하나로 모았고, 그래서 정말 강력한 메시지를 만들었다.

여기서 잠시, 다시 Google+를 생각해보자. 수많은 개선사항에 대해 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더 웃긴건, Flickr의 ‘1테라바이트’는 기억이 나는데 Google+의 ‘무제한 업로드’가 기억이 안난다는 것이다.

무제한도 아니고, 100기가도 아닌, ‘1테라바이트’라는 단어를 선택하고 실제로 서비스로 구현하여 발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쯤 되면 야후가 강렬한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말장난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저러한 고도의 홍보 전술 뒤에는 야후의 탄탄한 설계/디자인 능력이 뒷받침되어있다. (무려 패턴라이브러리를 가진 만만찮은 회사가 아니던가)

포럼을 보면 새로운 포토스트림 UI는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편 이전의 Flickr는 솔직히 그냥 ‘안습’일 뿐이었다. 처음 간 사람은 거의 사용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번 개편 이전에 바뀐 업로더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다량의 사진을 다루는데 있어서 정말 최적의 UI라고 생각하며, 에러 처리 등 세세한 부분을 정말 꼼꼼하게 잘 마무리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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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의 웹사이트, 메일 역시 뛰어나다.

야후의 개편과 인수들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그런 것들을 예측하는 것이 별로 의미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일단, 야후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것은 아래와 같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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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에 대한 미신

‘좋은 해결책’을 찾는 것에 대한 가장 큰 미신은 이것이 아닐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면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야!”

해결책을 찾아야하는 문제 상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해서 문제인 경우보다는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어떤 사람이 최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요인은 두 가지가 있다.

  • 권한
  • 책임

아이디어를 던지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저 둘도 같이 줄어든다. 그에 따라 개별 아이디어의 품질도 낮아진다.

어떤 아이디어를 100명에게서 받는 상황을 생각해본다. 내가 그 100명 중 한명이라면, 나는 최선을 다 할까? 검토해야 할 아이디어가 100개라면, 내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내 아이디어가 미칠 영향이 그토록 미미한데, 내가 열심히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임 역시 100분의 1도 되지 않으니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다.

고로, 나는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두명에게 핵심 권한과 책임을 준다고 해서 항상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상황에서 할 일이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혹은 핵심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한두명’을 찾는게 좋지 않을까?

진짜 일할 수 있는 시간, 진짜 일할 수 있는 곳

최근 읽게 된 네 권의 책 - 콰이어트 Quiet, 조엘 온 소프트웨어,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 피플웨어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이 네 권의 책 속에서 그리는 ‘이상적인 업무환경’이 참으로 비슷하다.

  • 조용한 곳
  •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독립적인 공간
  • 혼자 일할 수 있는 시간의 보장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이런 업무환경은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다. 저 코너 너머에서 받는 거친 전화소리도 다 들리고, 불길하고 심각한 회의 소리도 다 들리고, 문 여는 소리 삑삑, 고개를 들면 다른 사람들의 모니터도 다 보이고(그 말은 곧 누군가 내 모니터를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옆에 걸린 벽걸이형 TV에서는 사내 방송이 나오고, 잡담소리도 들리고, 누군가가 불쑥 찾아와서 말을 걸기도 하고.

파티션을 낮추고, 혹은 파티션을 없애고. 이런 것이 ‘열린 사무공간’이며 창의력을 자극하고 역동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은 아마 창조적인 작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의 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진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혼자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인데.

방법론 x 방법론

세상엔 수도 없이 많은 방법론이 있고, 좋은 방법론도 너무나 많고 지금도 새로운 방법론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고, 그 중 몇 개는 정말 ‘혹’할만큼 멋지고 아름답고 그럴싸한데

세상에 나오는 ‘좋은 것들’의 양은 늘 비슷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진짜 좋은 걸 만드는 건 방법론이 아닌거같다는 의심이 든다.

오늘은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방법론이 기막히게 변질되어 활용(또는 악용)되는 모습을 보았고, 역시 방법론은 ‘쓸 수는 있지만 믿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언가 좋은 결과물을 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결국 사람 문제인 것인데, 나는 방법론 또는 프로세스가 그걸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혼자서도 맡은 바를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이, 뭔가를 ‘잘’하려는 마음도 충만한 상태에서 마음이 ‘잘’맞는 사람을 만나서 ‘완전 몰입’했을 때 ‘좋은’ 무언가가 나오는 것이리라.

다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진짜로 잘 할 마음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그럴싸한 방법론’을 손에 쥐면 재앙이 시작된다.

아마도 이런것을 일컬어 ‘약판다’라고 하는것이려나.

Tags: essay

속고있다는 기분을 주는 것들

  • 통신요금 약정과 스마트폰 단말 가격
  • 오픈마켓의 최저가
  • 포털 검색으로 찾은 맛집 블로그들
  • 각종 보험들
  • 신용카드 혜택 설명
  • 적금, 예금, 주식, 펀드 수익률
  • 마트, 통신사, 백화점 등 멤버십 혜택

종합해보면 아마,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겠다.

나보다 싸게 사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이런 것들만 없어져도 스트레스가 반은 줄어들 것 같은데.

Tags: essay UX

고객 조사를 대하는 자세

오늘 동료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사용자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대화한 한 사람은 사용자 인터뷰, 고객 조사들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뭔가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사람들의 속마음을 단번에 캐낼 수 있는 ‘신의 질문’을 해야하는데, 그런 질문은 만들기가 몹시 어렵고, 실제로 그게 가능한 것조차 의심스럽다 했다. 그리고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만드는 사람 스스로가 그것에 애정을 가지고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며, 그건 누군가에게 ‘물어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여러모로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시장조사’의 세계에서 사용되던 각종 고객조사 기법은 최근 ‘가루가 되게’ 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FGI는 몹시 인위적인 환경에서 진행되며 옆사람의 의견에 크게 방해를 받는다는 이유로 가장 강하게 비판받고 있고, 서베이 기법은 신뢰성있는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고 질문지에 따라 편향되기 쉽다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다. 1:1로 진행하는 인뎁스 인터뷰는 FGI와 같이 ‘옆사람에 의한 방해’를 받지는 않으나 인터뷰어의 말에 유도당하기 쉽고, 근본적으로 뭔가 ‘물어보는 것’에 답변을 한다는 점 때문에 마찬가지로 공격받고 있고, ‘정성적 인터뷰’가 아닌 ‘정량적 측정’의 관점으로 수행하는 ‘사용성 테스트’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환경에서 진행한다는 이유로, 또 ‘특정 태스크를 더 빨리 수행한다는 것이 그 제품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식의 논리로 비판받고있다.

나 역시 여러 경로로 위와 같은 의견들을 들으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정녕 사용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다 쓸모없는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나 혼자, 혹은 나와 아주 비슷한 사람들만 쓰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는 있다.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대단히 심각한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의 의견을 듣다보면, ‘미처 내가 고려하지 못한 상황, 심리, 습관, 환경’들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문제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듣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 조사를 대하는 자세에서 발생한다.

제일 좋지 않은 상황은 ‘책임 회피’를 위해 고객 조사를 수행하는 경우이다. ‘A 보다는 B를 좋아한다고 답한 사람이 더 많으니 B안으로 갑시다’라는 식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나는 조사에 따랐을 뿐’이라는 식의 회피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고객 조사는 ‘사용자를 이해하고, 생각지 못한 상황을 발견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잃고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투표’로 전락한다. 그렇게 내려진 결정들이 일관성을 가질리 만무하다. 연이은 실패 속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는다. 조사는 ‘남용’되고 결정은 계속 조사 결과에 기반하여 내려지지만 아무도 조사 자체를 신뢰하지는 않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어떤 의사결정을 위해 FGI나 인뎁스 인터뷰, 서베이를 활용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고객 조사는 ‘결정’을 위해 하기보다는 ‘이해’를 위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신이 원하는 기능은 무엇입니까? 이게 출시 되면 구입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A와 B중에 더 좋은건 무엇인가요?’라고, 직접적으로 묻기 보다는 ‘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그 일을 어떻게 합니까? 당신이 방금 전에 산 것은 무엇입니까?’와 같이 그 사람의 삶이나 습관 자체를 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걸 알아보기 위해 최근 강조되고 있는 것이 ‘관찰’이다. 특히 각광받는 것은 ‘숨어서 지켜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고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묵묵히 관찰하는 동안 의사결정권자는 뭐가 더 좋은지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어야 하며, 결정이 뚝 떨어지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끈질기게 관찰하고 냉정하게 분석하고 많이 고민할 수 있어야 하겠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면 10대를 관찰실에 모아놓고 A안과 B안을 선택하게 하기보다는, 그들을 데리고 밥한끼를 사주면서 그들이 신나게 수다떠는 것을 옆에서 조용히 듣고있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