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공개 문제의 함정

몇몇 인터뷰나 서베이의 결과를 보면, SNS를 사용하면서 사생활 공개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들은 자신의 글이나 사진이 퍼져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쾌해하며 그런 것들을 세밀하게 통제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서베이 결과를 바탕으로 페이스북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시각도 나타났다.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 아니냐, 사람들은 자신의 글이 퍼져나가는 것을 통제하고 싶어한다, 친밀한 사람들 끼리만 공유하고 싶은 것이 있다 등등.

그런데 현실적으로 서비스들이 굴러가는 걸 보면, 사람들이 서베이나 인터뷰에서 ‘말하는’ 것과 실제 행동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껏 프라이버시 세팅을 제공해줘도 잘 안쓰고, 귀찮아하고, 관심을 잘 주지 않고,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글/사진이 더 적게 퍼져나가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차갑게 대한다. ‘원하는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공유한다’는 컨셉의 Google+ Circle이 그렇고, 친밀한 관계 기반 SNS를 지향한 Path가 그렇다. (둘 다 ‘실패’로 규정하기에는 아주아주 조심스럽지만…)

자기 글과 사진을 잘 통제할 수 있고 사생활을 잘 보호해주는 시스템에서는 그만큼 남들의 글과 사진도 많이 볼 수 없다. 누군가의 얼굴 사진, 그의 친구들, 가는 곳, 하는 일을 볼 수 없다면 뭘 할수 있으며 대체 뭐가 재미있단말인가. 그런데 문제는, ‘나는 남을 엿보는게 너무 재밌어서 SNS를 하는거에요!’라고, 인터뷰나 서베이에서 말할 사람은 또 누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아니, 스스로 엿보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남을 엿보고 있다는 생각조차 안하고 있을텐데. SNS에서 놀 때는, 아예 ‘사생활’에 대해 거의 떠올리지 않지 않나? 누군가 그런 것에 대해 질문할 때만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카카오톡에서 프로필 사진을 눌러 확대해서 보고, 미니홈피에 가서 사진첩을 뒤지고, 페북 타임라인에서 누구 글에 누가 댓글을 달았고, 심지어는 누가 라이크를 눌렀는지까지 자꾸 보게되는 것, 상당부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는 일들인지 모른다.

거기에 더하여 : SNS 사용자들은 자신의 글이 널리 퍼져나가는걸 두려워한다고 하지만, 사실 자신의 글이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 것 (또는 관심받지 못하는 것)도 그만큼 두려워하지 않는가. (악플보다 무서운게 무플이라고…)

(이건 좀 지엽적인 의견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나는 페이스북이 너무 공개되는 것 같아서 싫어’라고 말하는 사람중에서 페이스북 안하는 사람 못봤다. (어쩌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강하게 인지하는 사람이 ‘눈팅’은 더 많이 하게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프로필 사진 설정과 글 작성수와 체크인 횟수와 글 탐색량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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