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원 정책에 대해 상상해보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가입하기 쉽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부담이 없는,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관리 부담이 작고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정책.
가장 주요한 목표는 개인정보를 받지 않는 것이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받는다.
주민등록번호는 물론이고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 민감한 정보는 수집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전혀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아이디와 패스워드 뿐이다.
따라서 아이디 찾기와 패스워드 찾기는 제공하지 않는다.
이 계정이 매우 중요하다면, 어딘가 꼭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적어놓을 것을 요구한다.
아이디나 패스워드를 잊었다면, 아이디를 새로 만들어라.
6개월간 사용하지 않은 아이디는 휴면처리되고, 1년간 사용하지 않은 아이디는 지워진다. 서비스를 떠날 때 혹은 아이디를 잊어서 새로 만드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
서비스 약관 변경이나 안내는 서비스 내 쪽지를 통해서 실시한다. (우리는 고객에게 연락할 수단을 수집하지 않으므로)
서비스 제공자는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익명의 사용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
그다지 상식적인 회원 정책은 아니만, 여러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유출의 위험이 있는 정보’ 자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보안 부담이 줄어든다.
아이디/패스워드 찾기 등 회원 정책과 관련된 많은 기능들이 생략되기 때문에 서비스 초기에 구축해야하는 시스템의 양이 줄어든다.
1년 미사용 계정을 삭제하기 때문에 휴면계정이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데이터 보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국가적 특성에 관계된 데이터가 필요없기 때문에 여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디라는 식별자가 있기 때문에 ‘개인화’된 서비스는 제공할 수 있다.
쉽게 버리고 부담없이 새로만들 수 있다.
Sign-up 프로세스를 극도로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관리부담이 적고 간단한 만큼 한계도 명백하다
아이디/패스워드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매우 중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꺼릴 가능성이 크다. 잃어버려도 ‘조금 귀찮은 수준’의 데이터만 다룰 수 있다.
해당 계정을 가지고 ‘돈’쓰기를 꺼릴 수 있다.
무언가를 결제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특정 국가의 법률 문제로 ‘연령’을 수집해야만 하는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회원 정책은 상당히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책이 서비스의 색깔을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완전한 익명 서비스가 될 것이고, 장기적 아카이빙보다는 회전이 빠른 정보를 다루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한계점이 오히려 더 재밌는 무언가를 시도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상상을 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지독하게 복잡한 회원가입절차가 지긋지긋했고, 아이디/패스워드 찾기가 너무나 귀찮았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의 아이디들이 걱정되었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리고 기억안나는 아이디가 쌓여가는게 걱정스러워서 웬만하면 회원가입을 안하게 되버린 자신을 발견했다는 점도 이유이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다량의 정보를 쌓아놓고 있을 때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법률, 보안 등), 글로벌 진출에 생기는 거대한 장벽, 정책 자체의 엄청난 복잡성, 휴면계정 처리의 문제같은 것들이 이유이다.
웹용 에디터를 리서치하면서 이것저것 써본 결과, 일단 Google Docs - Document의 에디터가 제일 뛰어난 것으로 잠정 결론.
일관된 톤 유지와 유연한 구조, 작은 부분까지 신경쓴 세심함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경쾌한 ‘손맛’이 뛰어나다.
마우스 인터랙션과 관련된 경쾌한 손맛은 ’절제의 미덕’에서 오는 듯 하다. 기능을 적절히 줄여서 쓸데없는 것은 물어보지 않는 것. 그래서 클릭을 하면 바로 본문에 무언가가 액션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 너무 많은 선택권을 주면 입력 속도가 떨어진다.
키보드 인터랙션과 관련된 경쾌한 손맛은 ‘네이티브 어플리케이션의 충실한 재현’에서 오는 듯 하다. 기존 네이티브 어플리케이션에서 (아마 표준은 거의 MS Office가 되지 않을까) 제공하던 단축키들을 웹에서 얼마나 매끄럽게 구현하였는가가 관건이다. 기존 사용 경험이 있어 ‘예상하는 바’가 있고, 그 예상치와 얼마나 가깝게 움직여주는가가 핵심인 것이다.
유연성은 에디터가 돌아가는 환경이 web이기 때문에 필요하다. 수많은 브라우저들,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가로폭에 얼마나 빈틈없이 대응하는가의 문제. 이 시대에 ‘크로스 브라우징’은 필수조건이지만 다양한 기능이 구현되는 에디터가 모든 브라우저에서 잘 작동하게 하는 건 생각보다 ‘아주’ 어려운 일일 듯 하다.
국내 에디터도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절제의 미덕’이 약간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과를 보기 까지’ 다소 클릭 수가 많다는 느낌. ‘다양한 선택권’을 충족시키다 보니 나오게된 결과일지,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손맛’ 보다는 ‘기능 추가’가 더 ‘증명하기 쉬운 개선사항’이기 때문일지. ㅎㅎ
Fast company의 한 칼럼을 읽고, 최근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계(?)에 Skeuomorphism에 관한 논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논쟁이겠지만)
발음도, 스펠도 어려운 Skeuomorphism은 간단히 (그리고 다소 부정확하게) 말하자면 ‘원래 물품의 장식적 특성을 현재 물품에 적용하는 것(설령 예전 그 특성이 지금 물품에는 필요하지 않더라도)’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음악을 재생해주는 컴퓨터의 어플리케이션이 실제 오디오와 비슷한 모양을 가지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GUI 디자인은 Apple과 Mac OS에 의해 대중화되면서부터 Skeuomorphism의 성격을 내재하고 있었다. Mac OS의 구성 자체가 ‘책상 위 Desktop’의 은유를 사용했기 때문. 바탕화면은 ‘책상’이고 각각의 어플리케이션을 가리키는 아이콘은 책상위에 놓여진 물건들인 것이다. (실제로 애플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어플리케이션 아이콘을 그릴 때,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 그 위에 놓여진 물건을 보는 시점’으로 물체를 표현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최근 Skeuomorphism에 대한 논쟁이 타오르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Apple이 Skeuomorphism을 (극단적이라 할 만큼) 강화하고 있다는 점, 또 하나는 Microsoft가 이러한 방향을 정면으로 까면서 정반대의 디자인 원칙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Mac OS X과 iOS의 최신 버전에 담긴 Apple의 기본 어플리케이션의 GUI디자인을 보면, 강화된 Skeuomorphism이 무엇인지 볼 수 있다.
iCal에는 ‘가죽과 바느질’이 들어갔고, iBooks에는 나무재질이 들어갔고, 책의 종이질감이 살아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실제로는 빠져도 쓰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것들이다. 이런 경향의 최전선으로 지목되는 것은 iOS 6에 추가된 Passbook App의 애니메이션이다.
Skeuomorphism의 장점은 명백하다. 바로 ‘친숙함’이다. 실제 물건의 메타포를 그대로 도입함으로써 디지털을 다루는 스크린 안에서도 낯섦을 느끼지 않게 하고, 빠르게 적응시키는 것. 거기에 더해서 호기심, 신기함과 같은 ‘감성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감성적’이라는 표현은 너무 약파는 느낌이 강하지만…)
반면, Skeuomorphism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장식적’ 요소가 불필요하며 괜한 혼동만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이런 화려한 표현들이 Visual Masturbation에 불과하다는 과격한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Apple이 ‘실제 물건’의 메타포를 가지고 디자인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제 문화가 바뀌어 그 ‘실제 물건’을 실제로 보지 못한 사용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찍부터 ‘픽셀과 디지털’에 둘러싸여 이런 것들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에게는 오히려 ‘가죽으로 장식된 캘린더’나 ‘책 형태의 전화번호부’가 더 낯설다는 것.
이러한 논리로, Microsoft는 ‘픽셀은 픽셀일 뿐’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디자인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결과가 Metro UI (이제는 이 명칭을 쓰지 않게 됨)이고, Windows 8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전 물품의 장식적 요소’가 없이도 낯섦을 느끼지 않을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만든 GUI 디자인인 것이다. 이는 OS뿐만 아니라 MS의 모든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장식’이 아닌, Typography와 Motion, Color로 모든 것을 표현하겠다는 의지이다.
- 여기까지가 대략의 상황 정리. 이제부터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이자면… -
나는 두 방향 중 어떤 것이 맞다는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 다만, 한 걸음 떨어져서 싸움구경을 하는 재미는 쏠쏠하며, Apple의 디자인만이 추앙받는 현실에서 뭔가 ‘대안’이 등장했다는게 반가울 뿐이다. MS가 Apple 따라잡기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논리를 세웠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며, 실제로 그 논리가 상당히 일리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Apple의 iCal의 디자인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가죽과 스티치 장식이 iCal의 컨텐츠와 그다지 유기적으로 붙어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죽으로 장식된 캘린더와 마우스 드래그 인터랙션이 무슨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iPad의 책 인터페이스는 ‘책’의 메타포와 책을 넘기는 인터랙션이 그나마 일관성을 가지고 있지만 iCal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Swipe를 통해 장을 넘기는 것도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캘린더’의 장점 자체가 기존 종이 캘린더와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이고, 실제로도 종이 캘린더를 버린지 꽤 된 시점에서 이러한 표현은 더더욱 의미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Apple의 GUI 디자인이 극도로 걱정스러워지는 부분은 바로 Game Center 디자인이다. 장식이 과한 것도 문제지만, 그 과한 장식이 ‘아름답지도 않다’. 이 애플답지 않은 조잡함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이에 더하여, 개인적으로 passbook의 shredding animation도 ‘과하다’는 생각.
MS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은 일단 보기에는 상당히 좋아보인다.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논리를 바탕으로 재탄생시킨, 미니멀의 극치이자 ‘약’팔때 진짜 많이 쓰이는 그 표현 - ‘컨텐츠 중심’의 디자인이 실현된 모습이다. 아직 써보지 않아서 이게 진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것이 제대로 동작할 것인가…”
이쯤에서 ‘비주얼 디자인’ 관점을 벗어나 한발 뒤로 물러서본다.
논리적으로는 MS의 디자인이 납득이 간다고 해도, 어디 실제 세상이 그리 논리적으로 돌아가던가? 소프트웨어, OS,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절대 ‘비주얼 디자인’뿐이 아니며, 실제로 생각보다 훨씬 ‘적은’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에, 이 논쟁 자체가 제품의 ‘성공’과는 큰 연관이 없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비해 ‘비주얼 디자인’의 위상이 높아졌을 뿐, 아직 Major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MS가 새로운 디자인 원칙을 세우면서 직면하게될 문제는 명백하다. 바로 ‘변화의 리스크’. 윈도우의 현 디자인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국가에서 거의 전 연령을 포괄하는 사람들이 써온 것이며, 이를 완전히 뒤바꾸는건 사실 미친 짓이다. 그 사람들에게 Skeuomorphism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쩌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영원히 새로운 윈도우가 등장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버전의 윈도우를 사는데 드는 비용, 바뀐 인터페이스를 학습하는 것 모두가 고통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해야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회사의 성장’이지 ‘사용자들의 간절한 바람’이 아니라는게 이 상황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다.
디자인 논쟁에서 한 발 물러나보면, 이 게임의 승자를 판단하는데 있어 Skeuomorphism이 얼마나 소소한 것인지 느껴진다. 좀 과한 표현, 못생긴 게임 센터 때문에 iOS를 안 쓸수는 없다. MS의 WP7의 인터페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WP7이 실패한 이유는 결코 ‘Metro UI’의 디자인 언어가 전문가나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과 ‘최고의 디바이스’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다. 반면, 애플의 디자인은 논쟁에 휩싸일 수 있어도, 애플이 가진 생태계의 파워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Apple은 앞으로도 이런 방향을 계속 견지할지, 그것이 애플 제품에 진짜 악영향을 줄지. 그리고 MS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MS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지, 아니면 몰락을 가속할지 궁금하다. ‘비주얼 디자인’이 사업의 성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남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